기네스북은 맥주회사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인의 도전과 기록을 담는 글로벌 콘텐츠 브랜드로 진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책 중 하나, 바로 ‘기네스북(Guinness World Records)’입니다. 누가 가장 빠른 사람인지, 가장 키가 큰 사람은 누구인지, 혹은 가장 많은 햄버거를 1분 안에 먹은 기록은 얼마인지 등 인간의 극한 도전과 기이한 재능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의 책이 사실은 ‘맥주 회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금부터 기네스북의 탄생 배경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그 사회적 의미까지 짚어보겠습니다.
기네스북의 시작은 맥주 회사에서
1951년, 아일랜드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인 ‘기네스 맥주’의 전무이사였던 휴 비버(Hugh Beaver) 경은 친구들과 사냥을 하던 중, ‘유럽에서 가장 빠른 사냥새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두고 논쟁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에 대한 공식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이 경험이 그에게 ‘세계에서 가장 ~한 것을 모아놓은 책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안겨줬고, 이 아이디어가 바로 ‘기네스북’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초창기 편찬과 출간
비버 경은 두 명의 런던 출신 트윈 형제인 노리스와 로스 맥휘터(Norris & Ross McWhirter)에게 집필을 의뢰합니다. 이들은 이미 스포츠 기록과 통계에 정통한 편집자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955년 8월 27일, ‘The Guinness Book of Records’ 첫 판이 영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당초에는 맥주 회사가 자사 홍보용으로 배포할 목적이었지만,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대중 출판물로 전환되었고, 곧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게 됩니다.
왜 사람들은 기록에 열광할까?
기네스북은 단순히 ‘재미있는 잡학’이 아니라, 인간의 도전 정신과 성취 본능을 자극하는 매개체였습니다. 누군가가 한계를 넘어선 기록을 세우면, 그 뒤에는 반드시 그 기록을 깨고자 하는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이는 경쟁, 창의성, 지속적인 도전을 불러일으키며, 기록이라는 형식을 통해 인간 능력의 ‘확장된 정의’를 만들어갑니다.
기네스북의 진화: 단순 기록에서 글로벌 미디어 브랜드로
- 1980년대: 텔레비전 프로그램 “Guinness World Records TV” 시리즈가 여러 국가에서 방영되며 인기 상승
- 2000년대: 기네스북은 웹사이트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확장
- 2020년대: 교육, 전시, 라이브 쇼, 게임 등으로 브랜드 확장. 단순 기록 수록을 넘어 ‘경험적 콘텐츠’로 확장
오늘날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100여 개국 이상에서 연간 수천 개의 새로운 기록을 인증하며, 매년 새롭게 개정되는 공식 연감과 함께 유튜브 조회 수 1억 회 이상의 콘텐츠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록이 등록될 수 있을까?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최초’, ‘최대’, ‘최소’, ‘가장 빠른’, ‘가장 오래된’ 등 명확한 기준이 있고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기록만을 인정합니다.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 측정 가능성 (Measurable): 수치로 기록이 입증 가능해야 함
- 표준화 가능성 (Standardizable):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기준으로 시도할 수 있어야 함
- 검증 가능성 (Verifiable): 제3자의 증거나 기록 자료가 있어야 함
- 신기성 (Breakable): 이론적으로 누군가가 갱신 가능한 도전이어야 함
예를 들어, ‘가장 긴 손톱’, ‘가장 무거운 차 끌기’, ‘가장 빠른 100m 후진 달리기’ 같은 이상하고 엉뚱한 기록도 엄밀한 절차와 기준을 거쳐 등록됩니다.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한국인들
한국에서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 싸이: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최초 10억 조회 돌파 영상으로 등재
- 이봉주 마라토너: 연속 완주 대회 수 등으로 기네스 기록
- 조성진 피아니스트: 클래식 음반 판매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기네스 인증
- 일반인 참가자들: 최다 윷놀이 인원, 최장 김밥 만들기 등 다양한 지역 행사에서 도전
결론: 기록은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다
기네스북은 단순한 기록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겪은 훈련, 노력, 실패와 성공의 서사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가능성과 다양성, 그리고 그 정신의 확장을 상징합니다. 기네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책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책일지도 모릅니다.